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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말고 작가를 보고 고른다 — 극본으로 드라마 취향 좁히는 법

드라마를 고를 때 대부분은 배우부터 봅니다. 그런데 두세 화 만에 "이거 내 취향 아니네" 하고 덮게 되는 이유는 배우보다 극본 쪽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건이 언제 터지는지, 반전을 몇 화쯤에 배치했는지, 인물의 정보를 어디까지 감추고 가는지. 연출과 편집이 그 위에 톤을 얹기는 하지만, 뼈대를 짜는 건 대체로 작가 몫입니다.

문제는 작가 정보가 배우 정보보다 찾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포스터에서 이름은 아래쪽 작은 글씨로 밀리고, 필모그래피가 정리된 자료도 많지 않습니다. 아래는 그 적은 자료로도 굴려 볼 수 있는 판단 기준 네 가지입니다. 사례는 이 사이트가 작가 정보까지 확인해 둔 두 작품 — KBS 2TV 《결혼의 완성》과 넷플릭스 《동궁》 — 으로 한정했습니다. 표본이 둘뿐이라는 점은 미리 밝혀 둡니다.

축 1 — 오리지널 극본인가, 원작 각색인가

작가 관점에서 가장 먼저 갈리는 지점이고, 시청 경험 자체가 달라집니다.

원작 각색은 웹툰·웹소설처럼 이미 독자가 붙은 IP를 옮기는 방식입니다. 실패 확률이 낮다는 판단 때문에 라인업이 꾸준히 늘어 왔죠. 시청자 입장에서는 원작을 먼저 읽으면 결말까지 알 수 있다는 게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안정적인 서사를 원하면 유리하고, 반전의 충격을 원하면 불리합니다.

오리지널 극본은 원작 없이 처음부터 짜낸 것입니다. 각색 솜씨가 아니라 작가가 이야기를 어떻게 설계했는지로 평가가 갈리고, 잘 풀리면 "다음 화가 예측이 안 된다"는 것 자체가 무기가 됩니다. 2026년 KBS 2TV 토일 미니시리즈 결혼의 완성이 여기 해당합니다. 정재하 작가가 단독 집필했고 웹툰·웹소설 같은 베이스가 없습니다. 방영 전부터 "원작이 없어 전개를 미리 알 수 없다"는 점이 관전 포인트로 꼽혔고요.

실용적인 주의점이 하나 붙습니다. 오리지널 작품은 제목이 비슷한 다른 원작 콘텐츠와 헷갈려 결말을 미리 밟는 사고가 나기 쉽습니다. 검색할 때 작품명만 치지 말고 방송사와 연도를 같이 넣으세요.

축 2 — 사건을 설계하는가, 세계관을 설계하는가

같은 장르 안에서도 작가의 힘이 실리는 자리가 다릅니다. 아래 두 작품이 마침 대조적입니다.

사건 설계형 — 정재하

정재하결혼의 완성에서 택한 건 장르 전환형 구성입니다. 출발은 신경외과 의사 부부의 결혼 파탄이라는 일상적 갈등입니다. 우리함께병원 원장 강태주(남궁민)와 이사장 고세윤(이설), 집에서도 병원에서도 등을 돌린 파탄 직전의 부부죠. 그런데 아내가 실종·납치되는 사건을 기점으로 장르가 범죄 스릴러 쪽으로 확 꺾입니다. 초반에 쌓아 둔 기대를 중반에 배신하는 구조입니다.

여기에 장치가 둘 더 얹힙니다. 하나는 위장형 빌런. 납치범 노만희(김대명)는 겉으로는 컴퓨터학원을 운영하는 평범한 인물이고, 실제로는 대리기사로 접근한 범죄자입니다. '누구나 가해자일 수 있다'는 불안을 극 전체에 깔아 두는 쪽이죠. 다른 하나는 제목과 대사를 붙여 둔 복선입니다. "둘 중 하나가 죽어야 이 결혼이 완성될 것"이라는 대사가 제목의 모티브이자, 중반 이후 뜻이 다시 읽히도록 설계된 회수 장치로 기능합니다. 주인공을 척추신경 미세수술 분야 권위자로 잡아 둔 것도 갈등의 배경을 구체적으로 만드는 쪽입니다.

이런 극본은 12부작이라는 그릇 안에서 반전을 몇 화에 놓느냐가 사실상 전부입니다. 사건의 타이밍을 즐기는 사람에게 맞습니다.

세계관 설계형 — 권소라·서재원

넷플릭스 동궁의 극본을 쓴 권소라·서재원은 결이 다릅니다. 《불가살》과 《손 the guest》로 세계관을 짜 온 조합이고, 동궁에서도 궁궐이라는 폐쇄 공간에 한국 전통 귀신 설화를 얹어 현실과 귀(鬼)의 세계가 맞닿는 판을 깝니다.

이쪽 극본은 사건 하나의 반전보다 규칙을 이해하는 재미가 큽니다. 실제로 동궁은 초반에 설정을 다 외우려 들기보다 "어떤 상황에서 이상 현상이 강해지는가" 정도만 붙들고 가는 편이 잘 굴러갑니다. 뒤집어 말하면, 설정 따라가는 걸 피곤해하는 사람에게는 이게 그대로 진입 장벽이 됩니다.

축 3 — 전작으로 예측이 되는가

작가 이름을 알고 나면 다음 질문은 "이 사람 전작이 뭐지"입니다. 그런데 예측이 되느냐 안 되느냐 자체가 취향의 축이 됩니다.

작가확인된 크레딧예측 가능성이런 사람에게
권소라·서재원《동궁》(2026, 넷플릭스), 《불가살》, 《손 the guest》전작으로 결을 가늠할 수 있음오컬트·세계관물의 톤을 미리 알고 고르고 싶은 사람
정재하《결혼의 완성》(2026, KBS 2TV) 한 편참고할 전작이 없음사전 정보 없이 백지로 시작하고 싶은 사람

정재하 작가는 공개된 국내 매체·위키 자료에서 확인되는 크레딧이 《결혼의 완성》 하나뿐입니다. 이전 방영작이나 극본공모 당선 이력은 검증할 자료를 찾지 못해 작가 페이지 필모그래피에도 넣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전작이 없다"가 아니라 "확인되지 않는다"가 정확한 말입니다. 신인이라 없는 것인지, 보조작가 시절 이력이 기록으로 안 남은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축 4 — 극본과 연출·회차의 조합

극본은 혼자 완성되지 않습니다. 같은 대본도 연출에 따라 톤이 달라지니, 작가 이름 옆의 연출자도 같이 보는 게 좋습니다.

결혼의 완성은 정재하 극본에 김정현·김민태 연출, 레드나인픽쳐스·KBS미디어가 제작한 KBS 2TV 토일 미니시리즈 12부작입니다. 2026년 7월 4일 첫 방송, 매주 토·일 밤 9시 20분 편성이고 다시보기는 웨이브와 디즈니플러스에 걸립니다. 동궁은 권소라·서재원 극본에 최정규 감독 연출이고, 최 감독의 전작으로는 《악마판사》와 《붉은 달 푸른 해》가 있습니다. 오컬트·미스터리 쪽 이력이 극본과 연출 양쪽에 겹치는 조합인 셈이죠. 2026년 7월 17일 공개된 넷플릭스 8부작입니다.

회차 수도 같이 보면 좋습니다. 8~12부작은 한 주에, 16부작 이상은 두세 번에 나눠 보는 흐름이 흔하죠. 8부작인 동궁은 주말 하루 몰아보기에 맞는 밀도이고, 12부작인 결혼의 완성은 토·일 2회 편성으로 호흡을 끌고 갑니다. 회차 수 자체는 대개 작가가 아니라 편성·제작 사정으로 정해지지만, 일단 정해지면 반전을 어디에 놓을지가 그 안에서 결정됩니다. 그래서 회차 수도 극본 정보의 일부로 읽을 수 있습니다.

취향별로 한 줄

이런 취향이렇게 고르세요사례
결말을 절대 미리 알고 싶지 않다원작 없는 오리지널 극본결혼의 완성
안정적으로 검증된 서사가 좋다웹툰·웹소설 원작 각색드라마 장르별 항목
사건의 타이밍과 반전이 좋다사건 설계형 작가정재하
규칙과 세계관을 파고드는 게 좋다세계관 설계형 작가. 전작이 여러 편이라 톤을 미리 가늠할 수도 있습니다권소라·서재원
주말 하루에 끝내고 싶다8부작 전후동궁
주 2회 호흡으로 따라가고 싶다12부작 주말극결혼의 완성

작가 정보를 확인할 때

작가는 배우보다 자료가 적어서 잘못된 정보가 섞여 들어오기 쉽습니다. 정재하 작가 정보를 정리할 때도 기사 원문에서 동명의 다른 작품 배우 이름이 뒤섞여 나온 적이 있었고, 교차검증이 안 돼 그 정보는 통째로 버렸습니다.

이름만으로 검색하면 동명이인·동명 작품과 섞이니 작가 이름 + 방송사 + 연도를 함께 넣는 편이 안전합니다. 위키 문서가 있다고 이력이 확인된 것도 아닙니다. 정재하 작가의 한국어 위키백과 문서는 내용이 거의 없는 스텁이라, 문서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는 근거가 되지 못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데뷔작"이라는 표기는 한 번 의심해 보세요. 실제로는 확인 가능한 첫 크레딧일 뿐인 경우가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작가 정보는 어디에 표기되나요? 보통 '극본' 크레딧으로, 연출과 나란히 붙습니다. 이 사이트 작품 페이지도 상단 정보 표에 극본과 연출을 함께 적어 뒀습니다.

Q. 오리지널 극본이 각색보다 좋은 건가요? 우열이 아니라 성격 차이입니다. 오리지널은 예측 불가능성이, 각색은 검증된 서사가 강점이죠. 굳이 고르자면 정주행 중간에 지치는 편일 때 각색물이 덜 부담스럽다고 봅니다.

Q. 전작이 하나뿐인 작가는 피하는 게 나을까요? 그럴 이유는 없습니다. 참고할 전작이 없다는 건 예측이 어렵다는 뜻이지 완성도와는 다른 얘기입니다. 《결혼의 완성》도 방영 중 회차를 거듭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고 주말 드라마 시장의 다크호스로 언급됐습니다. 시청률이 극본의 완성도를 증명해 주지는 않지만, 적어도 전작 없는 작가라고 미리 걸러 낼 근거는 없다는 정도는 됩니다.

Q. 두 명이 함께 쓰는 공동 집필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동궁의 권소라·서재원처럼 둘이 세계관을 쌓아 올리는 조합이 있고, 결혼의 완성의 정재하처럼 혼자 설계를 끝까지 밀고 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본 건 두 사례뿐입니다. "공동 집필은 세계관형, 단독 집필은 사건형"으로 굳혀 읽지는 마세요.

Q. 작가 기준으로 볼 작품을 더 찾으려면? 드라마 카테고리에서 장르별로 훑은 뒤, 마음이 가는 작품의 극본 크레딧을 확인하는 순서를 권합니다. 계절 신작은 여름 드라마·쇼에 모여 있습니다.

마무리

배우로 고르면 연기를 보게 되고, 작가로 고르면 구조를 보게 됩니다. 네 축을 매번 다 따질 필요는 없습니다. 원작이 있는지, 사건형인지 세계관형인지 — 앞의 둘만 확인해도 "몇 화 보다 덮을 작품"은 어느 정도 걸러집니다. 물론 작가 자료 자체가 적다는 한계는 그대로고요. 전작이 확인되지 않는 작가를 만나면, 그건 정보가 없는 것이지 실력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것만 기억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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